2013년 8월 2일 금요일

구와우 농원과 강원랜드 카지노





벼르고 벼뤘던 설악산을 가기 위한 강원도 여행길에 올랐다.
동생네를 따라 나선 발걸음이 결코 편치만은 않았지만
남편은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아들들은 해외 봉사활동을 위한 연수를 이유로
이산 가족이 되어 뿔뿔히 흩어진 빈집에 혼자 있기보다는 못이기는척 따라나섰다.

동해바닷길을 따라 올라가자면 더할수 없이 이상적인 여행이 될것이지만
쏟아져 나온 휴가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을 대비해서 우리는 보다 한산한
동해중앙선을 타고 대구를 거쳐 단양 영월 속초 코스를 밟았다.







정선 강원랜드 카지노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겹겹의 산들이 에워싸고 있는 고지대에 위치한 까닭에 이름 또한 그러하던가보다.
연평균 기온이 26도를 밑돈다는 말이 과연 무색치 않도록 그곳은 시원하다 못해서
서늘함이 먼저 느껴져 불볕 더위니 폭염이니 하는 말들과는 전혀 무관한
적어도 현재의 기온 상태로만 보자면 지상 천국이었다.



하늘과 맞닿아있는 쾌적한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27홀은 족히 넘어보이는 넓은 그린 필드는
위치만 너무 외지지 않았다면 골프마니아들의 발걸음을 끌어 당기고도 남음이 있지 싶건만
아무래도 관광버스를 대여해서 큰마음 먹고 골프 투어를 오는 손님들이 아니고서는
접근성이 조금 힘들어보였다.
덕분에 식당이고 룸이고 모든 곳에 여유가 있어서 휴가의 피크라는 8월 첫주를 잊을수 있었다.





닥터 지바고의 노란 해바라기 언덕을 연상시키는 구와우 농장을 찾았다.
몇해전부터 인터넷으로 눈여겨 보아왔었지만 워낙에 먼거리에
엄두를 감히 내지 못했던 곳이기에 이번 기회를 이용해서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썬플라워축제라는 현수막은 걸어놓고 있었지만 인터넷에서 접했던 만큼의 장관은 아니었으며
워낙에 오지여서인지 교통편도 그러하고 볼거리며 여러가지 것들이 자리 매김을 하지 못해서
약간의 실망은 감출수 없었지만 노란 해바라기 평원만큼은 닥터지바고의 의사이자 시인인 유리와
남편을 찾아 전장에 나섰다가 간호사가 된 라라의 사랑을 그려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바다보다 한걸음 앞서와 내리는 산속의 어둠을 등지고 번화가로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가
소란스러운 쪽으로 가보니 함백산 축제 노래자랑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었다.
강원랜드가 지척에 있는 까닭에 형성된 상가인듯 싶은 좁고 길다란 일차선 길의
한쪽 끄트머리 식당가 뒤편 작은 공간에서 폭죽이 오르고 있었다.

전당사라는 이름으로 곳곳에 즐비한 전당포를 보면서
도박중독자들과 그네들의 가족들 피를 말렸을 생각에 슬며시 우울해지려는 찰라
어둔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화려한 불꽃은 그나마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되었다.

낙화하는 벗꽃처럼 쏟아져 내리는 혹은 분수 물줄기처럼 치솟는 불꽃들을 보면서
부디 그들 모두 어둡고 긴긴 터널을 하루 속히 벗어나서 그들의 가슴에도
밝은 빛이 비추이길  간절함으로 기도했다.....






폐광 산업의 발전을 위한 취지로 설립이 된 정선 강원랜드카지노가 살인 진드기처럼 선량한 시민들의 뇌에 박혀서
피를 빨아먹는 살인 거머리가 되어 태백시민들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나라 사행산업의 대표주자로
군림한지 오래였기에 나 또한 곱지 않은 시선이다.
도대체 무엇이 어떤 매력이 있길래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이성을 잃게 만드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특별한 산업체나 농사지을 마땅한 땅덩이조차도 열악해보이는 조그마한 산골 마을에
불쑥불쑥 쏫아있는 화려한 빌딩숲은 죄다 강원랜드 카지노의 소산이었다.
하이원CC와 우리가 여장을 풀은 호텔은 말할 것도 없이 리조트와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대형 주차장을 가지고 있는 카지노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규모의 강원랜드 주수입원이 바로 이 카지노였던 것이다.

번쩍번쩍 불을 밝히고 그 진입 입구부터 야광봉을 들고 주차장 안내를 하는 안내맨의 안내에 따라
지하로 지하로 내려가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지하 주차장이 전부 만석이다.
결국 지하 5층 제일 아래까지 내려가서야 빈자리를 발견할수가 있었으니
과히 그곳의 출입 인구를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밤을 낮처럼 밝히고 화려하게 손짓하는 출입구쪽을 향해 걷노라니
그 입구를 서성이던 젊은이들이 다가와 스치듯 지나가면서
"대출됩니다 카드 자동차 다됩니다"
라는 말을 한결 같이들 주문을 외우듯 웅얼거리고 있다.
머리 끝이 삐죽 서면서 소름이 바짝 돋는 순간이었다.

순간 울컥 가슴 저 밑바닥에서 치미는 불덩이를 제어할수가 없어서
하마트면 그들을 힘껏 밀어버릴뻔했다.
눈물이 핑글 돌았다.
내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마법에 걸린듯 거렇게 서성이고 있었다.
밝은 세상 밖으로 뛰쳐나가 땀 흘리면서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할 그네들이 아니던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 입장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고 있었다.

마치 비행기 탑승을 하듯 신분증과 몸과 소지품 수색을 낱낱히 끝내고 열린
카지노 안의 세상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수많은 머신기계와 세월을 잊고 씨름하느라 담요로 둘둘 두르고 미이라처럼 앉았는 사람
기둥의 평평한 곳에 수십개도 더 널부러져 있는 주인 잃은 여성용 빽들이 즐비하고
그 앞으로 마치 오래전 주말에TV에서나 본듯한  "주택복권의 쏘세요" 를 주시하는 듯한
엄청난 수의 일인용의자와 탁자를 차고 앉은 이미 심각한 수많은 눈동자들....

결코 밝지 않은 표정의 딜러를 중심으로해서 둥그렇게 테이블에 둘러앉은
눈에 핏발이 선 일곱여덟명의 플레이어들이 사생결단을 낼듯이 날카로운 눈으로 앉았는
무리가 수십 아니 백개 이상은 족히 될듯 싶었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포커, 바카라, 블랙잭등 입에 붙지도 않는
그밖의 많은  생소한 게임 팻말을 걸어놓고 수십명의 사람들이 우우 둘러모여서
집중을 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몇날며칠을 굶은 야생 들개들이 썩은 시체를 앞에두고
암투를 벌리는 긴박감 넘치는 우울한 잿빛 거리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고객들의 신분 보호차원에서 개인 정보 보호차원에서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금하고 있었기에
마음은 굴뚝이었지만 검은 양복을 입은 어깨 넓은 남정네들의 연신 두리번거리는 시선이
두려워서 감히 폰카는 꺼내어 보지도 못한채 게임 종류도 둘러보고 룰도 살펴보고
무엇보다도  그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의 표정을 읽는데 주력했다.

남녀노소할것 없이 참으로 다양한 부류들이 모여있었다.
수백명이 득실대는 그 속에서 가뭄에 콩나듯이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 같은 관광객들인듯 싶어보였다.
곳곳에 자그마하게 세워놓은 자기 제어를 위한 문구들은 오히려 
무고한 시민들을 비웃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마땅한 볼거리가 없는 태백시에서 찾을수 있는 관광코스로 카지노를 들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눈에 비친 99%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쫒기고 불안하고 전재산을 탕진한 사람들로
표정을 잃어버린지 오래인 그저 정해진 동선을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보였다.
일확천금을 노리고 불나방처럼 달려들었지만 눈깜짝할 사이 가져간 모든 재산을 잃고
심지어는 타고간 자동차마저 버리고 털레털레 어깨를 늘어뜨리고 걸어나오는 사람들 투성이라한다.
그래서 전당포도 도심의 미장원처럼 많이 보였던가보다.

버려진 탄광촌을 살리자는 좋은 취지에서 설립되었다고는 하지만
그 목적이 제아무리 좋으면 뭣하겠는가 결과가 이토록 비통하다면야...
더는 방관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발벗고 나서서
대책을 강구해야 되는 싯점이 아닌가 싶다.

비단 강원카지노 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경마 그밖에 요즘 불법 성행하고 있는 인터넷도박등
숱한 음성적인 부분들을 제 아무리 시간이 걸리고 수법이 교묘하다고해도
더 많은 시간과 정성과 경비를 쏟아부어서라도 뿌리를 뽑지 않으면
내일을 짊어지고 갈 이땅의 청소년들에게 전염병처럼 번져서
가득이나 좁고 협소한 땅 우수한 두뇌가 유일한 자산인 이 나라의 미래가
암흑천지가 될까 두려운 뿐이다.




 

                 

              떨림 / 안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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